아이가 처음 근시 진단을 받고 안경을 맞추는 날,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 눈이 계속 나빠진다던데, 조금 약하게 맞추거나 꼭 필요할 때만 쓰면 안 될까」 하는 고민을 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어른들 사이에서도 안경을 쓰고 나서 도수가 더 올라갔다는 경험담이 흔해서, 안경이 근시를 키운다는 생각은 꽤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이 글은 그 질문을 직접 확인하려 한 연구 네 편을 설계별로 나누어 읽습니다. 근시 아이를 무작위로 나누어 일부러 약하게 맞춘 안경과 정확한 안경을 비교한 연구 두 편, 그리고 같은 지역 12세 아이들을 관찰한 코호트 연구 두 편입니다. 결과가 서로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각 연구가 무엇을 비교했는지를 정확히 구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근시 아이에게 일부러 약하게 맞춘 안경을 씌운 무작위 연구 두 편에서는 근시 진행이 느려지지 않았고, 한 편에서는 오히려 더 빨랐습니다. 안경을 아예 쓰지 않은 아이의 진행이 더 느렸다는 관찰 연구도 있지만 설계상 한계가 있어, 안경 도수와 착용 방법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료에서 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1. 「안경이 눈을 나쁘게 한다」는 말은 어디서 왔나
안경이 근시를 키운다는 생각에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습니다. 성장기 아이의 근시는 대개 해마다 조금씩 진행합니다. 그런데 근시가 진행하는 시기와 안경을 쓰기 시작하는 시기가 겹치다 보니, 부모 입장에서는 「안경을 쓰고 나서 더 나빠졌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안경과 상관없이 진행하고 있었을 근시가 안경 때문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안경을 벗었을 때의 느낌입니다. 안경을 쓰고 또렷하게 보는 데 익숙해지면, 안경을 벗었을 때 예전보다 더 흐리게 느껴집니다. 눈이 실제로 나빠졌다기보다 또렷한 상태와 비교하게 되면서 흐림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데, 이것이 「안경에 의존하게 되어 눈이 나빠졌다」는 경험담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이런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안경을 일부러 조금 약하게 맞추면 눈이 덜 나빠지지 않을까」라는 발상입니다. 실제로 한때는 근시 진행을 늦추기 위해 도수를 덜 교정하는 방법이 일부에서 쓰였습니다. 동물 실험에서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히는 상황이 눈의 성장을 늦춘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이 생각에 힘이 실리기도 했습니다.2
그렇다면 사람 아이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같은 조건의 아이들을 무작위로 나누어 한쪽은 정확한 안경을, 다른 쪽은 약하게 맞춘 안경을 쓰게 하고 시간이 지나며 근시가 얼마나 진행하는지 비교해야 합니다. 이 글의 중심에 있는 두 편의 무작위 연구가 바로 이런 설계였습니다.12
이와 함께, 실제 생활에서 이미 덜 교정된 안경을 쓰거나 안경을 아예 쓰지 않는 아이들을 관찰한 연구도 있습니다. 이런 관찰 연구는 많은 아이를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교하는 두 집단이 처음부터 다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질문이라도 설계에 따라 결과의 무게가 달라지는 이유입니다.34
아이 근시를 늦추기 위해 연구된 다른 방법들은 소아 근시 진행 억제 방법을 다룬 연구 정리에서 따로 다루었습니다. 이 글은 그 가운데 「안경을 정확히 맞추는 것과 덜 맞추는 것」이라는 하나의 질문에 집중합니다. 근시 관리 전체를 판단하려면 두 글을 함께 읽는 것이 좋습니다.
미리 말해 두면, 네 연구의 결과는 한 방향으로 깔끔하게 모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어느 쪽이 옳다」를 정하기보다, 각 연구가 누구를 대상으로 무엇을 비교했는지를 분명히 하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전하려 합니다.
부모들이 이 문제를 고민하는 이유는 결국 「지금의 선택이 아이의 근시를 키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그 걱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걱정의 근거가 경험담인지 연구인지에 따라 판단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각 연구의 숫자 옆에 대상자 수, 나이, 추적 기간, 설계를 함께 적어 두었습니다. 숫자만 떼어 읽기보다 그 숫자가 어떤 조건에서 나온 것인지를 함께 확인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연구가 다루지 않은 부분은 다루지 않았다고 적어 두었으니, 그 경계도 함께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2. 원리 — 근시 진행과 초점이 맺히는 위치
근시는 먼 곳에서 들어온 빛이 망막보다 앞에 초점을 맺는 상태입니다. 성장기 아이의 근시는 대부분 눈알의 앞뒤 길이, 즉 안축장이 길어지면서 생기고 진행합니다. 안축장이 길어질수록 초점은 망막에서 더 앞쪽으로 멀어지고, 그만큼 더 강한 오목렌즈가 필요해집니다. 그래서 근시 연구에서는 굴절 도수와 함께 안축장의 변화를 중요한 지표로 봅니다.
근시 안경은 오목렌즈로 빛을 살짝 퍼뜨려 초점이 망막 위에 맺히게 합니다. 이를 「완전 교정」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필요한 도수보다 약하게 맞추면 초점이 여전히 망막보다 조금 앞에 맺히는데, 이를 「덜 교정」 또는 「저교정」이라고 합니다. 이때 망막에 맺히는 상은 약간 흐려집니다.
동물 실험에서는 초점이 망막보다 앞에 맺히는 상황, 즉 근시성 흐림이 눈의 성장을 늦추는 신호로 작용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덜 교정된 안경이 망막 앞에 초점을 맺게 해서 안축장이 길어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가설이 됩니다. 덜 교정 안경 연구들은 이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14
그런데 실제 눈에서는 상황이 더 복잡합니다. 아이가 가까운 곳을 볼 때는 수정체가 두꺼워지는 조절이 일어나는데, 이때 조절이 충분하지 않으면 가까운 물체의 초점이 망막 뒤에 맺히는 조절 지연이 생깁니다. 망막 뒤쪽에 맺히는 흐림은 오히려 눈의 성장을 재촉하는 신호로 여겨집니다. 덜 교정 안경이 이 조절 지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연구에서 함께 살펴보았습니다.3
정리하면, 덜 교정 안경은 먼 곳을 볼 때 망막 앞에 초점을 맺게 하지만, 가까운 곳을 볼 때의 초점 위치와 조절 상태는 사람마다 다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론만으로는 덜 교정이 근시를 늦출지, 그대로 둘지, 오히려 빠르게 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결국 실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연구 결과를 읽을 때 쓰이는 단위도 알아 두면 좋습니다. 근시 도수는 디옵터(D)로 표시하며, 근시는 마이너스 값으로 적습니다. 예를 들어 근시 진행이 -0.75 D라는 것은 그 기간에 근시가 0.75디옵터만큼 늘었다는 뜻입니다. 안축장은 밀리미터(mm)로 재며, 값이 커질수록 눈알이 길어졌다는 뜻입니다. 안경 처방전의 숫자를 읽는 법은 안경 처방전 읽는 법에서 자세히 다루었습니다.
또 연구에서 쓰는 「조절마비 굴절검사」라는 말도 자주 등장합니다. 아이들은 조절하는 힘이 강해서 일반 검사에서는 근시가 실제보다 크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절을 잠시 풀어 주는 안약을 넣고 검사해 정확한 도수를 확인하며, 이 글에서 소개하는 코호트 연구들도 이 방법으로 근시를 측정했습니다.34
이처럼 원리만 놓고 보면 덜 교정에는 근시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와 오히려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존재합니다. 그래서 다음 장부터 소개하는 실제 아이 연구의 결과가 중요해집니다.
원리를 알고 나면 연구 결과가 엇갈리는 이유도 조금 더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3. 무작위 연구 1 — 약하게 맞춘 안경이 더 빨랐다
말레이시아에서 진행된 이 연구는 덜 교정 안경을 무작위 배정으로 확인한 대표적인 연구로 자주 인용됩니다. 9~14세 근시 아이 94명을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쪽은 덜 교정 안경을, 다른 쪽은 완전 교정 안경을 쓰게 하고 2년 동안 전향적으로 추적했습니다.1
덜 교정 집단 47명은 필요한 도수보다 약 +0.75 D만큼 약한 안경을 썼습니다. 이 정도면 시력이 6/12, 소수점 시력으로 대략 0.5 수준으로 흐려집니다. 대조 집단은 정확한 도수의 안경을 썼습니다.1 즉 덜 교정 집단의 아이들은 2년 동안 칠판이나 먼 곳이 다소 흐리게 보이는 상태로 생활한 셈입니다.
결과는 연구진이 처음 예상했을 법한 방향과 반대였습니다. 덜 교정 집단에서 근시 진행과 안축장 증가가 더 빨랐고,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습니다(p<0.01).1 동물 실험에서 근시성 흐림이 눈의 성장을 늦춘다는 결과와 달리, 이미 근시가 있는 사람 아이에게서는 근시성 흐림이 오히려 근시 발달을 빠르게 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근시가 단순히 초점이 맞지 않아 생기는 것이라기보다 흐림의 방향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1 다만 이것은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가설이며, 이 연구 하나로 근시의 원인을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이 연구의 강점은 무작위 배정입니다. 아이들을 무작위로 나누었기 때문에 두 집단의 나이, 근시 정도, 생활 습관이 평균적으로 비슷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고, 그만큼 결과의 차이를 안경 도수의 차이로 해석하기가 쉬워집니다. 2년이라는 추적 기간도 근시 진행을 보기에 의미 있는 길이입니다.
한계도 있습니다. 대상이 94명으로 아주 크지는 않고, 한 나라의 한 지역 아이들이라 다른 환경의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덜 교정의 정도가 +0.75 D 하나로 정해져 있어, 더 약하게 혹은 더 강하게 덜 교정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초록에서 진행 속도 차이의 구체적인 크기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기억해 둘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약하게 맞추면 근시가 덜 진행한다」는 기대를 무작위 연구로 처음 정면에서 시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적어도 이 연구의 조건에서는 기대와 반대였습니다.
덜 교정 집단의 아이들이 생활에서 겪었을 불편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시력이 6/12 정도로 흐려지면 교실 뒤쪽에서 칠판 글씨를 읽기 어렵거나, 먼 곳의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근시 진행을 늦추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도, 그 대가로 일상의 흐림을 감수해야 했던 셈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진행이 늦어지지 않았다면, 흐림이라는 비용만 남은 셈이 됩니다.
이 결과는 이후 덜 교정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로 자주 언급됩니다.
다만 한 편의 연구만으로 모든 아이에게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야 합니다.
4. 무작위 연구 2 —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앞의 연구 결과는 동물 실험과 반대였기 때문에 논란이 되었고, 이스라엘의 연구진은 같은 질문을 다시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근시가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진 집단에서 6~15세 근시 아이 48명을 무작위로 나누어, 완전 교정 집단 23명과 덜 교정 집단 25명으로 비교했습니다.2
이 연구에서는 덜 교정의 정도를 +0.50 D로 정했습니다. 앞의 연구보다 흐림이 조금 덜한 조건입니다. 추적 기간은 18개월이었고, 시작할 때와 6개월, 12개월, 18개월에 검사를 했습니다.2
결과를 보면 덜 교정 집단의 근시 진행이 18개월 동안 완전 교정 집단보다 0.17 D 더 많았습니다. 다만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여자아이와 가까운 곳을 볼 때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경향(근거리 내사위)이 있는 아이에게서도 진행이 늘어나는 비슷한 경향이 보였습니다.2
연구진은 결론에서, 덜 교정이 초기 근시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근거를 이 연구가 뒷받침한다고 밝혔습니다. 근거리에서 눈이 어느 방향으로 몰리는지와 관계없이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2 앞의 연구처럼 「더 빨라졌다」고 말할 만큼의 차이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덜 진행했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두 무작위 연구를 나란히 놓으면 흐름이 보입니다. 덜 교정 집단의 진행은 한 연구에서는 뚜렷하게 더 빨랐고, 다른 연구에서는 조금 더 많았지만 의미 있는 차이가 아니었습니다. 두 연구 모두에서 덜 교정이 근시를 늦추는 방향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공통입니다.12
이 연구의 한계는 규모입니다. 48명이라는 작은 표본에서는 실제로 차이가 있어도 통계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차이가 전혀 없다」와 같은 뜻이 아니며, 작은 차이를 찾아낼 만큼 충분한 사람을 모으지 못했을 가능성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도 무작위 배정 연구라는 점에서 두 연구는 이 주제에서 가장 직접적인 근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연구 모두 「약하게 맞춘 안경이 근시를 늦춘다」는 생각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후 진료 현장의 판단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덜 교정의 정도가 두 연구에서 달랐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말레이시아 연구는 +0.75 D, 이스라엘 연구는 +0.50 D였습니다.12 흐림이 조금 더 컸던 연구에서 진행 차이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점은 흥미롭지만, 연구 대상과 지역, 추적 기간도 함께 달랐기 때문에 흐림의 정도만으로 결과의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스라엘 연구에서 근거리 내사위 경향이 있는 아이를 따로 살펴본 이유도 있습니다. 가까운 곳을 볼 때 눈이 안쪽으로 몰리는 아이는 조절과 눈모음의 균형이 다를 수 있어, 덜 교정에 다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아이들에게서도 덜 교정이 진행을 늦추는 방향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2

5. 코호트 연구 — 이미 덜 교정된 아이들을 관찰하다
중국 안양 지역의 아동 눈 연구에서는 실제 생활 속의 아이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같은 질문을 살펴보았습니다. 12세 아이 2,267명을 처음 검사했고, 이 가운데 1,769명을 1년 동안 추적했습니다. 검사에는 조절마비 굴절검사, 안축장, 시력, 안경 도수 측정, 조절 지연 측정이 포함되었고, 아이와 부모가 설문에도 답했습니다.3
연구진은 아이가 지금 쓰는 안경을 낀 시력이 정밀 굴절검사로 2줄 이상 좋아질 수 있으면 「덜 교정」으로 정의했습니다. 안경을 쓰고 정보가 갖추어진 근시 아이 253명 가운데 120명(47.4%)이 덜 교정 상태였고, 133명(52.6%)은 완전 교정 상태였습니다.3 안경을 쓰는 근시 아이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나이, 성별, 근시인 부모의 수, 하루 근거리 작업과 야외 활동 시간, 안경 착용 시간 등을 함께 보정한 분석에서, 처음 검사 때 덜 교정 집단은 근시가 더 심했고(P < 0.01) 안축장도 더 길었습니다(P = 0.03).3 근시가 빠르게 진행해 안경 도수가 따라가지 못한 아이들이 덜 교정 집단에 더 많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1년 동안의 변화를 비교하자 두 집단 사이에 근시 진행(P = 0.46)과 안축장 증가(P = 0.96)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3 덜 교정된 안경을 쓰고 있던 아이들이 더 빨리 나빠지지도, 더 천천히 나빠지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연구진도 결론에서 덜 교정이든 완전 교정이든 1년 동안의 근시 진행과 안축장 증가에 차이가 없었다고 정리했습니다.
한편 전체 아이를 대상으로 한 회귀 분석에서는 덜 교정의 정도가 클수록 근시 진행이 줄어드는 관계가 통계적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설명력을 나타내는 값이 0.02에 그쳐(P = 0.02), 덜 교정 정도가 근시 진행의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은 아주 작았습니다. 덜 교정 정도가 클수록 조절 지연이 줄어드는 관계도 관찰되었습니다(P < 0.01).3
이 연구를 읽을 때는 관찰 연구의 성격을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덜 교정 상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근시가 빠르게 진행했거나, 안경을 바꾼 지 오래되었거나, 검사를 자주 받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보정을 해도 완전히 없애기 어렵습니다. 추적 기간이 1년으로 짧다는 점도 한계입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실제 생활에서 덜 교정된 안경을 쓰는 아이가 매우 흔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이의 근시가 진행하는 시기에는 안경 도수가 금방 맞지 않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 주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덜 교정을 정의한 기준이 「2줄 이상 좋아질 수 있음」이었다는 점도 알아 두면 좋습니다.3 덜 교정 집단의 도수 차이는 -4.63D에서 -0.50D까지 넓게 퍼져 있었는데, 이는 일부러 약하게 맞춘 무작위 연구와 달리 아이마다 덜 교정의 정도가 크게 달랐다는 뜻입니다.
6. 안경을 쓰지 않은 아이의 진행이 더 느렸다는 결과
같은 안양 아동 눈 연구에서 나온 또 다른 분석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근시가 있는데도 안경을 아예 쓰지 않는 아이와, 정확한 안경을 쓰는 아이를 2년 동안 비교한 것입니다. 근시는 조절마비 굴절검사에서 등가구면 굴절값 -0.50 D 이하로 정의했고, 안경 도수와 실제 굴절값의 차이가 0.5 D보다 작으면 완전 교정으로 보았습니다.4
대상은 나이 중앙값이 12.7세인 근시 아이 121명으로, 안경을 쓰지 않는 집단 65명과 완전 교정 집단 56명이었습니다. 2년 뒤 안경을 쓰지 않은 집단의 근시 진행은 -0.75 D, 완전 교정 집단은 -1.04 D로, 안경을 쓰지 않은 집단의 진행이 더 느렸습니다(P < 0.01). 안축장 증가도 각각 0.45 mm와 0.53 mm로 안경을 쓰지 않은 집단이 더 적었습니다(P = 0.02).4
처음 근시 정도나 안축장, 나이, 성별, 키, 근시인 부모의 수, 근시가 시작된 나이, 근거리 작업과 야외 활동 시간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안경을 쓰지 않은 집단의 진행은 -0.76 D, 완전 교정 집단은 -1.03 D였고, 안축장 증가는 0.47 mm와 0.51 mm였습니다.4 연구진은 근시성 흐림이 이미 근시인 아이의 진행을 늦춘다는 동물 실험 결과를 뒷받침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이 결과는 앞의 무작위 연구와 정반대 방향이라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설계의 차이입니다. 무작위 연구에서는 연구진이 아이들을 무작위로 나누었지만, 이 연구에서는 안경을 쓰지 않은 아이들이 스스로 또는 가정의 선택으로 그렇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안경을 쓰지 않을 만큼 근시가 가벼웠거나 진행이 느린 아이들이 그 집단에 더 많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또 이 연구의 「교정하지 않음」은 앞의 무작위 연구의 「+0.75 D 또는 +0.50 D 덜 교정」과 같은 조건이 아닙니다. 안경을 아예 쓰지 않는 상태는 아이마다 흐림의 정도가 다르고, 근시가 가벼운 아이가 많았다면 흐림 자체도 작았을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조건을 비교한 연구들을 하나의 결론으로 묶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이 연구 역시 덜 교정의 정도가 클수록 근시 진행이 줄어드는 관계를 보고했지만(r = 0.22, P = 0.01),4 관찰 연구에서 나온 관계가 곧 원인과 결과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결과를 「안경을 쓰지 않으면 근시가 덜 진행한다」로 바꿔 읽는 것은 근거를 넘어서는 해석입니다.
더구나 흐린 상태로 생활하는 것에는 근시 진행 말고도 생각할 점이 있습니다. 칠판이 잘 보이지 않으면 학습과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기고, 놀이나 운동 중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근시 진행만이 아니라 아이의 생활 전체를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연구에서 설문을 부모가 대신 작성했다는 점도 한계로 볼 수 있습니다.4 근거리 작업이나 야외 활동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7. 네 연구를 한눈에 정리
설계와 조건이 서로 다른 네 연구를 한 표에 모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표의 「결과」는 각 연구가 초록에서 보고한 내용을 옮긴 것이며, 어느 쪽이 옳다는 판단이 아니라 무엇을 비교했는지를 구분하기 위한 정리입니다.
| 연구 | 설계와 대상 | 비교한 조건 | 결과 |
|---|---|---|---|
| 말레이시아 연구 | 무작위 연구, 9~14세 94명, 2년 | +0.75 D 덜 교정과 완전 교정 | 덜 교정 집단의 근시 진행과 안축장 증가가 더 빠름 |
| 이스라엘 연구 | 무작위 연구, 6~15세 48명, 18개월 | +0.50 D 덜 교정과 완전 교정 | 덜 교정 집단이 0.17 D 더 진행했으나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님 |
| 안양 코호트 1 | 관찰 연구, 12세 근시 아이 253명, 1년 | 이미 덜 교정된 안경과 완전 교정 안경 | 근시 진행과 안축장 증가에 의미 있는 차이 없음 |
| 안양 코호트 2 | 관찰 연구, 근시 아이 121명, 2년 | 안경을 쓰지 않음과 완전 교정 | 안경을 쓰지 않은 집단의 진행이 더 느림 |
표에서 보듯 무작위 연구 두 편은 덜 교정 안경이 근시를 늦춘다는 결과를 보여 주지 않았습니다. 관찰 연구 두 편은 한 편이 차이 없음, 다른 한 편이 안경을 쓰지 않은 집단의 진행이 더 느림을 보고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판단할 때는 무작위 연구에 더 무게를 두지만, 이 주제에서는 무작위 연구도 규모가 작아 결론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가지 공통점은 네 연구 어디에서도 「정확한 안경을 쓰는 것이 근시를 빠르게 한다」는 단순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완전 교정과 비교한 덜 교정의 효과는 연구마다 달랐고, 그 차이도 설계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했습니다.
결국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말은 연구로 뒷받침된 사실이라기보다, 성장기 근시가 원래 진행한다는 사실과 안경을 쓰기 시작하는 시기가 겹치면서 생긴 인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 연구의 숫자를 조금 더 꼼꼼히 비교해 보면, 같은 「근시 진행」이라도 측정 방법과 기간이 달랐습니다. 무작위 연구 두 편은 각각 2년과 18개월을, 코호트 연구는 1년과 2년을 추적했습니다. 근시 진행은 해마다 일정하지 않고 아이의 나이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기간이 다른 연구의 숫자를 그대로 나란히 놓고 크기를 비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또 대상 아이들의 나이도 연구마다 달랐습니다. 무작위 연구는 6~15세, 9~14세처럼 넓은 범위의 아이를 포함했고, 코호트 연구는 12세 안팎의 아이에 집중했습니다. 근시가 막 시작된 어린아이와 이미 여러 해 진행한 청소년은 같은 조건에서도 다르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결과가 엇갈린 이유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모두 고려하면, 네 연구는 「덜 교정이 근시를 늦춘다」는 생각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만 대체로 일치하고, 그 밖의 세부 결과는 설계에 따라 다르게 읽어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결과가 엇갈리는 영역일수록 한 연구의 결론만 골라 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8. 진료가 필요한 신호
근시 자체는 응급 질환이 아니지만, 아이의 시력 변화에는 제때 확인이 필요한 신호들이 있습니다. 특히 안경을 쓰고 있는데도 다시 잘 안 보인다고 한다면, 근시가 진행해 도수가 맞지 않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의 코호트 연구에서 안경을 쓰는 근시 아이의 47.4%가 이미 덜 교정 상태였다는 결과는 이런 일이 흔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3
아이가 칠판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하거나, 텔레비전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거나, 눈을 자주 찡그리거나 비비는 모습이 보이면 시력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한쪽 눈만 유난히 안 보인다고 하거나, 사진을 찍었을 때 한쪽 눈이 바깥이나 안쪽으로 돌아가 보이는 경우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어른의 경우에도 근시가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도수가 바뀌는 일이 있으며, 이와 관련된 연구는 성인 근시 진행을 다룬 연구 정리에서 따로 살펴보았습니다. 갑자기 도수가 크게 바뀌었다면 근시 진행 말고 다른 원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증상은 단순한 근시 진행과 달라서 빠른 진료가 필요합니다. 눈앞에 날파리 같은 것이 갑자기 많이 떠다니거나, 번쩍이는 빛이 보이거나, 시야 한쪽이 커튼처럼 가려지는 경우입니다. 근시가 심한 눈은 망막이 얇아 망막 박리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어, 이런 증상은 당일 확인이 필요한 신호입니다.
또 시력이 갑자기 떨어졌거나, 물체가 휘어 보이거나, 안경을 바꿔도 시력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근시 이외의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심한 근시에서는 황반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 시력 숫자만이 아니라 눈 안쪽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두통을 자주 호소하거나 책을 오래 보지 못하는 경우도 안경 도수가 맞지 않거나 다른 눈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볼 이유가 됩니다. 증상이 시력 문제와 관련이 있는지는 검사를 통해서만 알 수 있으므로, 증상이 반복된다면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근시 아이라면 증상이 없어도 의사가 정한 주기에 맞춰 검사를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성장기에는 근시가 진행하는 속도가 아이마다 달라, 정기 검사로 도수와 안축장의 변화를 확인해 두면 이후 관리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안경을 쓰기 싫어해서 몰래 벗고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이어지면 칠판이 보이지 않아 학습에 어려움을 겪거나, 무리하게 찡그려 보느라 눈과 머리가 피곤해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안경을 잘 쓰지 않는다면 혼내기보다 불편한 점이 있는지 먼저 물어보고, 필요하면 도수와 안경테가 맞는지 다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경우든 도수가 실제와 다르다고 느껴지면 안경점에서 렌즈만 바꾸기보다 안과에서 굴절 상태를 다시 확인하는 편이 원인을 정확히 아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근시가 처음 발견된 시기라면 특히 검사 간격을 의사와 상의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9. 진료에서 물어볼 것
아이 안경을 맞추거나 근시 진행이 걱정되어 진료를 받을 때, 미리 질문을 정리해 가면 짧은 시간에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이 글에서 다룬 연구와 관련해 물어볼 만한 내용입니다.
| 물어볼 것 | 왜 필요한가 |
|---|---|
| 조절마비 굴절검사로 정확한 도수를 확인했나요? | 아이는 조절력이 강해 일반 검사만으로는 도수가 실제와 다르게 나올 수 있음 |
| 지금 안경 도수가 실제 도수와 얼마나 차이 나나요? | 연구에서 안경을 쓰는 근시 아이의 절반 가까이가 덜 교정 상태였음 |
| 안경을 하루 중 언제 써야 하나요? | 근시 정도와 생활 환경에 따라 착용 방법이 달라질 수 있음 |
| 안축장 측정도 함께 할 수 있나요? | 근시 진행을 도수와 함께 안축장 변화로도 확인할 수 있음 |
| 다음 검사는 언제 받으면 되나요? | 성장기에는 도수가 금방 바뀔 수 있어 확인 주기를 정해 두는 것이 좋음 |
| 근시 진행을 늦추는 다른 방법도 상의할 수 있나요? | 안경 도수 조절 말고도 연구된 방법들이 있어 아이에게 맞는지 진료에서 판단함 |
진료에서 「일부러 약하게 맞추면 어떨까요」라고 묻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질문입니다. 의사는 아이의 근시 정도와 진행 속도, 생활 환경을 함께 보고 답해 줄 것입니다. 이 글에서 다룬 무작위 연구들은 덜 교정이 근시를 늦추는 방법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쪽에 가까웠지만, 개별 아이에게 맞는 도수는 검사 결과로 정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아이가 안경을 불편해하거나 쓰기 싫어한다면 그 이유도 함께 이야기해 보면 좋습니다. 테가 맞지 않거나, 도수가 맞지 않아 어지럽거나, 친구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 등 이유는 다양합니다. 불편의 원인을 알면 해결 방법도 찾기 쉬워집니다.
진료에서 받은 검사 결과는 날짜와 함께 기록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도수와 안축장의 변화를 시간 순서대로 보면 아이의 근시가 어떤 속도로 진행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병원을 옮기게 되더라도 이전 기록이 있으면 비교가 쉬워집니다.
또 연구에서 근시 진행과 관련된 요인으로 근거리 작업 시간, 야외 활동 시간, 근시인 부모의 수 같은 항목이 함께 조사되었다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합니다.34 진료 때 아이의 하루 생활을 간단히 알려 주면 의사가 근시 관리 방향을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 가운데 근시가 있는지도 함께 알려 주면 좋습니다.
안경을 새로 맞춘 뒤 아이가 어지러움이나 두통을 호소한다면, 적응 기간의 불편인지 도수나 안경 중심이 맞지 않는 문제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며칠이 지나도 불편이 이어진다면 그냥 참게 하기보다 다시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새 안경에 적응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아이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진료에서 들은 설명이 연구 내용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그 차이가 아이의 어떤 검사 결과 때문인지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10. 흔한 오해 정리
안경과 근시에 대해서는 오래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연구를 바탕으로 흔한 생각과 연구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 흔한 생각 | 연구로 본 실제 |
|---|---|
|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 눈이 계속 나빠진다 | 성장기 근시는 원래 진행하며, 정확한 안경이 진행을 빠르게 한다는 결과는 이 글의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음 |
| 안경을 약하게 맞추면 근시가 덜 진행한다 | 무작위 연구 두 편에서 덜 교정 집단의 진행은 더 빠르거나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음 |
| 안경을 안 쓰면 눈이 좋아진다 | 안경을 쓰지 않은 아이의 진행이 더 느렸다는 관찰 연구가 있지만, 집단 차이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 원인으로 단정할 수 없음 |
| 지금 쓰는 안경이면 충분하다 | 12세 근시 아이 가운데 47.4%가 이미 덜 교정 상태였다는 연구가 있음 |
| 안경을 벗었을 때 더 흐리면 눈이 나빠진 것이다 | 또렷한 상태에 익숙해지면 같은 흐림도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음 |
| 연구 결과가 엇갈리니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 | 결과가 엇갈리는 만큼 아이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료에서 정하는 것이 중요함 |
오해를 정리하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연구 결과가 엇갈린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정보라는 점입니다. 덜 교정의 효과에 대해 연구들이 한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이 방법이 근시를 늦추는 방법으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근시 진행과 관련해 연구가 비교적 꾸준히 쌓인 생활 요인으로는 야외 활동 시간이 자주 언급됩니다. 이 주제는 야외 활동과 아이 근시를 다룬 연구 읽기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안경 도수를 조절하는 것보다 다른 요인이 근시 관리에서 더 많이 연구되어 왔다는 점도 함께 알아 두면 좋습니다.
또 하나 자주 듣는 말은 「한 번 안경을 쓰면 평생 벗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근시가 안축장이 길어져 생기는 것이라면 안경을 쓰든 쓰지 않든 그 길이는 줄어들지 않으므로, 안경을 벗지 못하는 것은 안경 때문이라기보다 근시 자체 때문입니다. 안경은 근시를 만드는 원인이 아니라 근시가 있는 눈이 또렷하게 보도록 돕는 도구라는 점에서 출발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연구에서 덜 교정이 해롭다고 밝혀졌다」고 단정하는 것도 근거를 넘어서는 이야기입니다. 무작위 연구 가운데 한 편은 덜 교정 집단의 진행이 더 빨랐지만, 다른 한 편은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12 정확하게 말하면 「덜 교정이 근시를 늦춘다는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고, 오히려 빠르게 했다는 결과도 있다」가 연구의 내용에 가깝습니다.
경험담은 그 사람의 실제 경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한 사람의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도 그대로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안경을 쓰고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그 기간에 성장과 함께 근시가 진행했을 가능성, 안경 도수가 맞지 않았을 가능성, 생활 환경이 바뀌었을 가능성을 함께 떠올려 보는 것이 균형 잡힌 판단에 도움이 됩니다.
결국 연구의 결론을 정확히 전하는 것이 오해를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11. 마무리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질까」라는 질문에 대해, 이 글에서 살펴본 연구들은 단순한 「그렇다」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근시 아이를 무작위로 나눈 연구에서 +0.75 D 덜 교정 안경을 쓴 집단은 근시 진행이 더 빨랐고,1 +0.50 D 덜 교정 집단은 0.17 D 더 진행했지만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습니다.2
실제 생활 속 아이들을 관찰한 연구에서는 이미 덜 교정된 안경을 쓰던 아이와 정확한 안경을 쓰던 아이 사이에 1년 동안 진행 차이가 없었고,3 안경을 아예 쓰지 않은 아이의 2년 진행이 더 느렸다는 결과도 있었습니다.4 다만 관찰 연구는 비교하는 집단이 처음부터 다를 수 있어 원인과 결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근거의 한계도 분명합니다. 무작위 연구는 두 편 모두 수십 명 규모였고, 관찰 연구는 한 지역의 12세 안팎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연구마다 덜 교정의 정도와 추적 기간이 달라 결과를 직접 비교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덜 교정은 근시를 늦추는 방법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정도가 현재 근거로 말할 수 있는 범위입니다.
일상에서 기억할 점은 단순합니다. 성장기 근시는 안경과 관계없이 진행할 수 있으므로, 도수가 맞지 않게 되었는지 때맞춰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경 도수와 착용 방법, 근시 진행을 늦추는 다른 방법이 아이에게 맞는지는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료에서 상의해 정하면 됩니다.
부모의 걱정은 결국 아이의 눈을 위한 마음에서 나옵니다. 그 마음을 경험담보다 검사 결과와 연구에 연결하면, 불필요한 불안을 줄이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관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안경은 아이가 세상을 또렷하게 보도록 돕는 도구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 글에서 다룬 연구들은 모두 일반적인 단초점 안경의 도수를 다루었습니다. 근시 진행을 늦추기 위해 따로 설계된 렌즈나 안약, 특수 콘택트렌즈 같은 방법은 다른 질문이며, 각각의 근거는 별도로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런 방법이 아이에게 맞는지는 아이의 나이와 근시 정도, 진행 속도를 함께 보고 진료에서 판단하게 됩니다.
근시 관리에 관한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 가운데 연구로 확인된 것과 경험담에 머문 것을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 글이 「안경과 근시」라는 오래된 질문을 연구의 설계와 숫자로 다시 들여다보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궁금한 점이 남았다면 진료에서 아이의 검사 결과를 보며 하나씩 물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검사 결과와 함께 아이의 생활을 살피는 작은 관심이 근시 관리의 출발점이 됩니다.
근거 자료
- Chung K, Mohidin N, O’Leary DJ. Undercorrection of myopia enhances rather than inhibits myopia progression. Vision Res. 2002;42(22):2555-2559. PMID: 12445849. DOI: 10.1016/s0042-6989(02)00258-4 PubMed
- Adler D, Millodot M. The possible effect of undercorrection on myopic progression in children. Clin Exp Optom. 2006;89(5):315-321. PMID: 16907670. DOI: 10.1111/j.1444-0938.2006.00055.x PubMed
- Li SY, Li SM, Zhou YH, et al. Effect of undercorrection on myopia progression in 12-year-old children. Graefes Arch Clin Exp Ophthalmol. 2015;253(8):1363-1368. PMID: 26032395. DOI: 10.1007/s00417-015-3053-8 PubMed
- Sun YY, Li SM, Li SY, et al. Effect of uncorrection versus full correction on myopia progression in 12-year-old children. Graefes Arch Clin Exp Ophthalmol. 2017;255(1):189-195. PMID: 27796670. DOI: 10.1007/s00417-016-3529-1 Pub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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