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안압증 증상과 녹내장 차이점, 20년 연구로 본 진행 확률과 관리법

건강검진이나 안경을 맞추러 간 안과에서 안압이 높다는 말을 들었는데, 시신경과 시야 검사는 정상이라는 설명을 함께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상태를 고안압증이라고 부르며, 녹내장으로 넘어갈 위험이 평균보다 높은 상태이지만 녹내장 그 자체는 아닙니다. 미국에서 고안압증 환자를 오랫동안 추적한 대규모 연구와 영국에서 레이저와 안약을 처음 치료로 비교한 연구가 이 상태를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중요한 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이 글은 다섯 편의 연구가 실제로 보여 준 숫자와, 그 숫자를 내 상황에 옮길 때 조심할 점을 차례로 정리합니다.

먼저 기억할 한 문장 고안압증은 안압이 정상보다 높지만 시신경과 시야에는 아직 손상이 없는 상태로, 20년 추적에서 절반 가까이 녹내장으로 진행했지만 시야 손상까지 간 경우는 넷 중 하나 정도여서 위험도에 따라 치료와 관찰을 정합니다.

이 글을 읽는 법

이 글의 근거는 다섯 편의 연구이지만, 그 가운데 네 편은 사실상 하나의 큰 연구에서 나왔습니다. 미국 22개 기관이 참여한 고안압증 치료 연구가 참가자를 모아 오랫동안 추적했고, 장기 결과1, 각막 두께 측정2, 시신경 출혈 분석3, 백내장 수술 뒤 변화5는 모두 이 연구의 참가자 자료를 분석한 것입니다. 나머지 한 편은 영국 여러 기관에서 레이저와 안약을 처음 치료로 비교한 무작위 연구입니다4. 같은 참가자에게서 나온 자료가 여러 편이라는 것은 결과가 서로 잘 맞물린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집단의 특성이 모든 결과에 공통으로 스며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기억할 점은 이 숫자들이 외국 참가자에게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미국 연구의 참가자는 한국인과 나이 분포, 각막 두께, 생활 환경이 다를 수 있고, 연구에 들어온 사람들은 안압이 높으면서 시신경과 시야가 정상인 사람으로 골라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인데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정상안압 녹내장이 적지 않게 진단된다고 알려져 있어, 고안압증이라는 틀은 녹내장 이야기 전체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이 글의 비율을 그대로 한국인의 위험으로 옮겨 계산하지 않는 것이 정확한 읽기입니다.

두 번째로, 같은 연구 안에서도 숫자가 여러 개 나오는 이유를 알아 두면 좋습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연구에서는 중간에 연락이 끊기거나 세상을 떠나는 참가자가 생기므로, 녹내장이 생긴 사람을 단순히 세는 방식과 각 사람이 관찰된 기간을 고려해 끝까지 따라갔다면 어느 정도가 됐을지를 추정하는 누적 발생률이 서로 다르게 나옵니다. 앞의 방식은 실제로 확인된 사람 수를, 뒤의 방식은 오랜 기간에 걸친 위험의 크기를 보여 줍니다. 이 글에서는 두 숫자가 함께 나올 때 어느 쪽인지 구분해 소개합니다.

세 번째로 ‘명’과 ‘안’을 구분합니다. ‘안’은 눈의 수라서, 한 사람의 두 눈을 모두 분석하면 두 안으로 셉니다. 시신경 출혈 분석이나 백내장 수술 분석처럼 눈 단위로 결과를 보고한 연구는 사람 수와 눈 수가 따로 적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요인이 녹내장 발생과 관련이 있었다는 결과는 그 요인이 원인이라는 뜻과 다릅니다. 시신경 출혈이 보인 눈에서 녹내장이 더 많이 생겼다는 것은 출혈이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 출혈을 막으면 녹내장을 막을 수 있다는 결론까지 나온 것은 아닙니다.

연구 설계도 숫자의 무게를 정합니다. 처음 치료 방식을 제비뽑기처럼 무작위로 정한 비교는 두 군의 출발점이 비슷해서 차이를 치료 방식과 연결해 읽기 쉽습니다. 반면 이미 모은 자료를 다른 질문으로 다시 들여다본 2차 분석은, 어떤 사람이 수술을 받았는지처럼 무작위로 정해지지 않은 조건이 결과에 섞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연구마다 어느 쪽인지 함께 적어 두었으니, 숫자를 볼 때 설계도 같이 확인하면 해석을 덜 넘치게 할 수 있습니다.

고안압증과 녹내장은 어떻게 다른가

눈 속에서는 방수라는 맑은 물이 계속 만들어지고 빠져나가면서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는데, 이 압력이 안압입니다.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이 좁아지거나 저항이 커지면 안압이 올라갑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면서 시야가 바깥쪽부터 좁아지는 병으로, 높은 안압은 가장 잘 알려진 위험 요인이지만 안압이 높다고 모두 녹내장이 되는 것도, 안압이 정상이라고 녹내장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시신경이 같은 압력을 얼마나 견디는지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고안압증은 안압이 정상 범위보다 높게 측정되지만 시신경 모양과 시야 검사에는 아직 녹내장 손상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방수가 빠져나가는 입구인 앞방각이 열려 있는 경우를 주로 가리키며, 다른 눈병이나 약 때문에 생긴 안압 상승과는 구분합니다. 즉 고안압증은 병이 생긴 상태라기보다 병이 생길 위험이 평균보다 높은 상태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고안압증은 진단과 함께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정기 검사로 지켜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안압증이라는 진단은 곧 녹내장이라는 뜻이 아니며, 안압·각막 두께·시신경·시야를 함께 보고 치료할지 지켜볼지를 정합니다. 안압은 한 번의 측정으로 판단하기보다 다른 날, 다른 시간대에 여러 번 재어 비슷하게 높은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안압은 하루 중에도 오르내리고, 측정할 때 눈꺼풀을 세게 누르거나 숨을 참으면 높게 나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시신경은 안저 사진과 빛간섭 단층촬영으로 신경섬유층의 두께를 재고, 시야는 자동 시야 검사로 보이지 않는 부분이 생겼는지를 확인합니다.

녹내장과의 경계가 늘 분명한 것은 아닙니다. 시신경 함몰이 원래 큰 편인 사람도 있고, 시야 검사는 처음 받을 때 익숙하지 않아 결과가 흔들리기도 해서, 한 번의 검사만으로는 고안압증인지 초기 녹내장인지 판단을 미루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럴 때는 같은 검사를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해 변화가 있는지를 보는 과정 자체가 진단의 일부가 됩니다. 검사 결과지에 ‘의심’이나 ‘경계’라는 말이 적혀 있다면 그것이 어느 검사 때문인지 물어 두면, 이후 경과를 설명들을 때 훨씬 이해하기 쉽습니다.

고안압증이 건강검진에서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안압이 서서히 높아진 상태에서는 눈이 아프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이 대개 없고, 시력표 검사도 정상으로 나옵니다. 이것은 앞방각이 갑자기 막혀 안압이 급하게 오르면서 심한 통증과 충혈, 두통이 나타나는 급성 폐쇄각 상태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그래서 고안압증은 불편함으로 알아차리는 병이 아니라 검사 숫자로 알게 되는 상태이며, 그만큼 정기 검사를 이어 가는 습관이 관리의 중심이 됩니다. 가족 가운데 녹내장 환자가 있거나 고도근시가 있는 사람은 검진 결과가 정상이어도 안과 검사를 따로 받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막 두께가 안압 숫자를 바꾼다 — 1,301명 측정

안압을 재는 표준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각막 표면을 작은 면으로 살짝 눌러 평평하게 만드는 데 드는 힘으로 압력을 계산하는 압평 안압계입니다. 이 방식은 각막이 일정한 두께와 단단함을 가졌다고 가정하고 계산하기 때문에, 각막이 평균보다 두꺼우면 누르는 데 힘이 더 들어 안압이 실제보다 높게, 얇으면 실제보다 낮게 재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고안압증을 판단할 때는 안압 숫자와 함께 각막 두께를 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미국 고안압증 치료 연구는 참가자 1,301명의 중심 각막 두께를 초음파 기기로 측정해 분석했습니다2. 평균은 573.0µm였고, 24%는 600µm를 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참가자들의 각막이 일반 인구보다 두꺼웠다고 보고했습니다. 또 더 젊은 나이, 여성, 당뇨가 더 두꺼운 각막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안압이 높게 나와 연구에 들어온 사람들 가운데 각막이 두꺼운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점은, 높은 안압 숫자의 일부가 각막의 성질과 얽혀 있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합니다. 다만 각막 두께 때문에 안압이 얼마나 높게 재졌는지를 사람별로 계산한 결과는 아닙니다.

연구진은 각막 두께가 압평 안압계 측정의 정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다만 각막이 두꺼우니 안압이 높게 나온 것이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단순하게 결론짓기는 어렵습니다. 두께에 따라 안압을 고쳐 계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제안돼 있지만 어느 하나가 정답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서, 각막 두께는 안압 숫자를 바꿔 쓰는 값이라기보다 위험을 판단할 때 함께 놓고 보는 항목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지에 각막 두께가 적혀 있다면 그 값이 평균보다 두꺼운 편인지 얇은 편인지부터 물어보면 됩니다.

시력교정술을 받은 사람은 이 부분을 특히 알아 두면 좋습니다. 라식이나 라섹, 스마일처럼 각막 조직을 깎거나 빼내는 수술 뒤에는 각막이 얇아지고 모양이 바뀌어, 같은 눈이라도 수술 전보다 안압이 낮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 뒤 안압 숫자가 정상으로 보여도 실제 압력은 더 높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고, 안과에 갈 때마다 시력교정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 전에 잰 각막 두께와 안압 기록이 남아 있다면 이후 검사의 비교 기준으로 쓸 수 있으니 보관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시력교정술 뒤 안압 측정은 눈가이드의 관련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안압계의 종류도 숫자를 읽을 때 알아 두면 좋습니다. 검진에서 흔히 쓰는 비접촉 안압계는 공기를 짧게 뿜어 각막이 눌리는 정도로 안압을 추정하는 방식이라, 빠르고 편하지만 압평 안압계와 값이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검진에서 안압이 높게 나왔다면 안과에서 다른 방식으로 다시 재어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다른 기계로 잰 숫자를 그대로 비교하기보다, 같은 방식으로 잰 값의 흐름을 보는 것이 변화를 판단하는 데 더 믿을 만합니다. 검사를 받을 때 긴장을 풀고 눈을 크게 뜬 채 고정 불빛을 바라보면 측정이 한결 안정됩니다.

안압이 높다는데 녹내장은 아니라면 — 고안압증, 20년 추적 연구가 보여 준 것 관련 그림 1
이해를 돕기 위해 연출한 생성이미지.

20년 추적 1,636명 — 녹내장으로 넘어간 비율

고안압증 치료 연구는 미국 22개 기관에서 고안압증 환자 1,636명을 무작위로 나눈 연구입니다1. 참가자의 평균 나이는 55.4세였고 여성이 56.9%였습니다. 1단계인 1994~2002년에는 참가자를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쓰는 군과 치료 없이 지켜보는 경과 관찰 군으로 무작위 배정했고, 2단계인 2002~2008년에는 두 군 모두 안약을 썼습니다. 그 뒤로는 각자의 진료의가 판단해 치료를 이어 갔고, 2016~2019년에 참가자들을 다시 평가해 스무 해 무렵의 결과를 정리했습니다.

이 기간 한쪽 또는 양쪽 눈에 녹내장이 생긴 사람을 단순히 세면 483명으로, 전체의 29.5%였습니다. 그러나 중간에 연구에서 빠지거나 마지막 평가에 오지 못한 사람이 있으므로, 연구진은 각 참가자가 관찰된 기간을 보정해 누적 발생률을 따로 계산했습니다. 그 값은 전체 45.6%, 경과 관찰 군 49.3%, 안약 군 41.9%였습니다. 글머리에서 절반 가까이 녹내장으로 진행했다고 한 것은 이 누적 발생률을 가리키며, 단순 집계보다 높게 나온 것은 끝까지 관찰되지 못한 사람들의 위험까지 추정에 넣었기 때문입니다.

녹내장으로 진단됐다는 것과 시야 손상이 생겼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녹내장은 시신경의 변화만으로도 진단될 수 있고, 시야 손상은 그보다 더 진행된 단계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연구에서 같은 기간 시야 손상까지 이어진 누적 발생률은 25.2%였고, 연구진은 장기 추적에서 시야 손상까지 간 사람이 약 4분의 1이었다고 정리했습니다. 고안압증 진단을 받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시야에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적지 않은 사람은 시야 손상까지 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숫자를 읽을 때 함께 기억할 점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오랜 기간 정기 검사를 받았고 경과 관찰 군도 2단계부터 안약을 썼기 때문에, 이 결과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의 자연 경과가 아니라 검사와 치료를 받으며 지낸 사람들의 경과입니다. 또 시야 손상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였는지는 이 비율만으로 알 수 없습니다. 스무 해라는 긴 시간 동안 나이가 들면서 백내장 같은 다른 눈의 변화도 함께 생기므로, 녹내장만의 영향을 따로 떼어 보기 어려운 부분도 남습니다.

참가자의 평균 나이가 중년이었다는 점도 결과를 옮길 때 생각할 부분입니다. 이보다 젊은 나이에 고안압증 진단을 받은 사람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시간이 더 길고, 나이가 많은 사람은 남은 기간 동안 녹내장보다 다른 눈 질환이 시력에 더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같은 누적 발생률이라도 내가 앞으로 몇십 년을 이 눈으로 살아갈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므로, 나이는 치료 여부를 정할 때 빠지지 않고 이야기되는 항목입니다. 기대 여명과 다른 질환, 안약을 꾸준히 넣을 수 있는 사정까지 함께 고려된다는 점도 알아 두면 상담 내용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치료한 군과 지켜본 군의 차이 — 41.9%와 49.3%

두 군의 차이를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연구가 치료와 무치료를 처음부터 끝까지 나란히 비교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경과 관찰 군도 2단계부터 안약을 썼으므로, 실제 비교는 처음부터 치료를 시작한 사람과 몇 년 늦게 치료를 시작한 사람의 차이에 가깝습니다. 그런데도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경과 관찰 군 쪽의 누적 발생률이 더 높게 남아 있었다는 것은, 치료를 언제 시작했는지가 장기 결과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반대로 보면, 처음부터 안약을 쓴 군에서도 상당수가 결국 녹내장으로 진행했습니다. 안압을 낮추는 치료가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더라도 위험을 없애지는 못한다는 뜻입니다. 제목의 두 숫자 사이의 간격도 의미가 있지만, 두 숫자 모두 결코 낮지 않다는 사실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치료를 시작한 뒤에도 시신경과 시야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일은 그대로 이어지며, 안약을 쓰고 있다는 이유로 검사를 건너뛰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치료를 일찍 시작하는 데에도 부담이 따릅니다. 안압을 낮추는 안약은 대개 오랜 기간 매일 넣어야 하고, 종류에 따라 충혈이나 따가움, 눈 주변 피부나 속눈썹의 변화 같은 불편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비용과 병원 방문 부담도 쌓입니다. 고안압증 환자 가운데 상당수가 오랜 기간 시야 손상 없이 지냈다는 앞의 결과를 함께 놓고 보면, 모든 사람을 같은 방식으로 치료하기보다 위험이 높은 사람을 골라 치료하는 방식이 논의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이 이 결과를 개인별 결정에 도움이 되는 자료로 정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무작위 배정 덕분에 1단계의 두 군은 출발점이 비슷했지만, 2단계 이후에는 치료 방식이 진료의의 판단에 따라 달라졌으므로 그 뒤에 벌어진 차이는 무작위 비교만큼 깔끔하게 해석되지 않습니다. 또 이 비율은 미국 참가자 집단의 평균이라, 내 눈이 평균보다 위험이 높은 쪽인지 낮은 쪽인지는 따로 따져 봐야 합니다.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이 다음에 볼 위험도 세 단계입니다. 결국 치료 시작 시점을 정하는 일은 위험의 크기와 치료의 부담을 한 저울에 올려놓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치료 없이 지켜보기로 정한 사람에게는 불안을 다루는 일도 생활의 일부가 됩니다. 녹내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채로 몇 달마다 검사를 받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이 쓰이는 과정입니다. 이럴 때는 다음 검사 날짜를 미리 잡아 두고, 지난 검사와 비교해 안압과 시신경, 시야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매번 짧게 설명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켜보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이 아니라, 변화가 보이면 바로 치료로 넘어갈 수 있도록 검사를 촘촘히 이어 가는 선택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위험이 더 높은 사람 — 위험도 세 단계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연구에 들어올 때 잰 다섯 가지 요인을 묶은 예측 모형으로 참가자를 위험이 낮은 군, 중간인 군, 높은 군으로 나눴습니다1. 그리고 각 군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녹내장이 생긴 누적 발생률을 비교했습니다. 같은 고안압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더라도 출발점에서 잰 몇 가지 값에 따라 장기 위험이 상당히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 주는 분석이며, 아래 표는 그 결과를 정리한 것입니다. 표의 숫자는 각 군의 평균적인 위험이어서, 같은 군 안에서도 사람마다 실제 경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기준 시점 위험도 녹내장 누적 발생률 읽는 법
낮음 31.7% 셋 가운데 하나 정도가 진행
중간 47.6% 절반에 조금 못 미침
높음 59.8% 절반을 넘음

위험이 낮은 군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이 녹내장으로 진행했고, 높은 군에서는 절반을 넘었습니다. 같은 진단명 안에서도 사람마다 위험이 넓게 퍼져 있다는 뜻이며, 위험이 높은 쪽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치료를 일찍 시작하는 쪽을, 낮은 쪽으로 분류되는 사람은 정기 검사로 지켜보는 쪽을 검토하는 근거가 됩니다. 중간 군은 어느 쪽으로도 기울 수 있어서, 다른 검사 결과와 본인의 생활 사정을 함께 놓고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진도 이 예측 모형이 장기 결과와 함께 개인별 결정을 돕는다고 정리했습니다. 높은 군과 낮은 군의 차이가 이만큼 벌어진다는 것은, 고안압증이라는 이름 하나로 모든 사람에게 같은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을 숫자로 보여 줍니다.

어떤 요인이 위험 평가에 쓰이는지는 모형마다 다르지만, 진료에서는 대체로 나이, 안압의 높이, 각막 두께, 시신경 함몰의 크기, 시야 검사의 미세한 변화 같은 항목을 함께 봅니다. 뒤에서 볼 시신경 출혈 분석에서도 나이, 각막 두께, 시신경 함몰비, 안압이 출혈과 관련된 요인으로 나왔습니다3. 이 항목들은 한 번의 검사로 모두 정해지지 않고 검사를 반복하면서 값이 안정되는 경우가 많아, 위험도 역시 첫 방문 한 번으로 확정되는 값은 아닙니다.

위험도를 내 상황에 옮길 때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이 모형은 미국 참가자 자료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각막 두께나 시신경 모양의 분포가 다른 집단에 그대로 적용해도 같은 정확도를 보인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또 위험도는 출발점의 값으로 계산한 것이므로, 검사를 이어 가며 안압이 더 오르거나 시신경에 변화가 보이면 판단도 달라집니다. 상담에서는 “제 위험도는 어느 쪽에 가깝고, 어떤 항목 때문에 그렇게 보시나요?”처럼 근거가 된 항목을 묻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위험이 낮은 군으로 분류됐다고 검사를 멈춰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표에서 보듯 낮은 군에서도 셋 가운데 하나 정도는 오랜 기간에 걸쳐 녹내장으로 진행했으므로, 치료를 미루는 대신 정기 검사로 변화를 확인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집니다. 반대로 높은 군으로 분류됐다고 해서 반드시 녹내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위험도는 지금의 정보로 앞날의 가능성을 가늠하는 도구이며, 검사를 거듭할수록 실제 변화가 그 가능성을 대신하게 됩니다.

녹내장 검사가 가능한 안과 찾아보기 고안압증은 안압과 각막 두께, 시신경 사진, 시야 검사를 함께 봐야 위험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지역별 안과 목록에서 진료 과목과 위치를 확인하고, 정기 검사를 이어 갈 수 있는 곳을 살펴보세요.

안압이 높다는데 녹내장은 아니라면 — 고안압증, 20년 추적 연구가 보여 준 것 관련 그림 2
이해를 돕기 위해 연출한 생성이미지.

시신경 출혈이 보이면 — 13년 추적

시신경 유두 출혈은 시신경이 눈 속으로 들어오는 자리의 가장자리에 생기는 작은 불꽃 모양의 출혈입니다. 통증이나 시력 변화가 없어 본인은 알아채지 못하고, 안저 사진이나 안저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됩니다. 몇 주에서 몇 달 사이에 저절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아, 검사 간격이 길면 생겼다가 사라진 출혈을 놓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출혈을 제대로 보려면 같은 사람의 시신경을 오랜 기간 규칙적으로 촬영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고안압증 치료 연구는 참가자 1,618명의 3,236안을 매년 시신경 사진으로 촬영해, 중앙값 13년 동안 출혈이 생기는지를 살폈습니다3. 이 기간 출혈이 한 번 이상 보인 눈은 169명의 179안이었습니다. 출혈은 녹내장 진단 전에는 한 해에 0.5%, 진단 뒤에는 한 해에 1.2%의 비율로 나타났습니다. 녹내장으로 진단된 뒤에 출혈이 더 자주 보였다는 관찰은 출혈이 녹내장 변화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 주지만, 왜 그런지를 이 연구가 밝힌 것은 아닙니다.

출혈이 있던 눈과 없던 눈을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했습니다. 녹내장 누적 발생률은 출혈이 있던 눈에서 25.6%, 없던 눈에서 12.9%였고, 다른 요인을 함께 고려한 다변량 분석에서 출혈은 녹내장 발생 위험을 2.6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혈이 생기는 데 관련된 요인으로는 경과 관찰 군에 배정된 것, 높은 나이, 얇은 각막, 큰 시신경 함몰비, 높은 안압 등이 꼽혔습니다.

이 결과는 출혈이 녹내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 신호가 된다는 뜻이지, 출혈 자체가 녹내장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변량 분석은 여러 요인을 함께 고려한 것이지만 관찰 자료의 분석이어서, 출혈을 줄이는 방법이 녹내장을 막는다는 결론까지 끌어낼 수는 없습니다. 출혈이 있던 눈에서도 대부분은 이 기간 녹내장이 생기지 않았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경과 관찰 군 배정이 출혈과 관련이 있었다는 결과도 안압 치료와 출혈의 관계를 짐작하게 할 뿐, 연구가 확정한 인과관계는 아닙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검사 중 출혈이 발견되면 검사 간격을 좁히거나 치료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계기로 삼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혈은 금방 사라지므로, 발견된 날의 안저 사진을 기록으로 남겨 두면 이후 시신경 변화를 비교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고안압증으로 지켜보는 중이라면 “이번 사진에서 시신경 가장자리에 출혈이 보였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결과지나 진료 기록에는 출혈이 시신경의 어느 쪽 가장자리에서 보였는지가 적히기도 합니다. 출혈이 보였던 자리는 이후 신경섬유층이 얇아지는지를 살필 때 눈여겨보는 위치가 되므로, 다음 빛간섭 단층촬영에서 그 부위의 변화를 함께 비교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출혈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치료 방식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검사 결과와 함께 판단의 무게를 바꾸는 정보가 됩니다. 출혈이 다시 보이는지도 의미가 있으므로, 이전에 출혈이 있었다면 다음 촬영 때 같은 자리를 다시 확인해 달라고 말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안약 대신 레이저부터 — 6년 무작위 연구

선택적 레이저 섬유주성형술은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인 섬유주에 약한 레이저를 쬐어 배출을 돕는 시술입니다. 외래에서 짧은 시간에 진행되고 절개를 하지 않으며, 효과가 줄어들면 다시 시행하기도 합니다. 매일 안약을 넣는 대신 처음 치료를 레이저로 시작해도 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 여러 기관이 치료를 처음 시작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전향 무작위 연구를 진행했습니다4.

이 연구는 고안압증 환자만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개방각 녹내장 환자와 고안압증 환자를 함께 모았다는 점을 먼저 알아 둬야 합니다. 참가자는 처음 치료를 레이저로 하는 군과 안약으로 하는 군으로 무작위 배정됐습니다. 3년을 마친 692명 가운데 633명(91.5%)이 연장 연구에 들어갔고, 524명이 6년을 모두 마쳤습니다. 따라서 아래 결과는 고안압증만의 결과가 아니라 두 진단이 섞인 집단의 결과로 읽어야 합니다.

연장 연구에서 삶의 질 설문은 대부분 두 군이 비슷했고, 증상 척도만 레이저 군이 약간 좋았습니다(83.6 대 81.3). 레이저 군 눈의 69.8%는 추가 안약이나 수술 없이 목표 안압 이하를 유지했습니다. 질환이 진행한 비율은 안약 군 26.8%, 레이저 군 19.6%였고, 녹내장 여과수술은 안약 군 32안과 레이저 군 13안, 백내장 수술은 안약 군 95안과 레이저 군 57안이었습니다. 심각한 레이저 관련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처음 치료로 레이저를 선택하는 것이 안약으로 시작하는 것과 견줄 만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됩니다. 다만 한 무작위 연구의 결과이고, 연장 단계로 넘어오면서 참가자 일부가 빠졌으므로 레이저가 누구에게나 안약보다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레이저 군에서도 일부 눈은 시간이 지나며 추가 치료가 필요했고, 효과가 얼마나 오래가는지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앞방각이 좁은 눈처럼 레이저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어, 레이저를 처음 치료로 고려할 수 있는지는 검사에서 확인할 항목입니다.

고안압증으로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면, 안약을 매일 넣는 일이 생활에 얼마나 부담이 되는지도 선택에 들어갈 만한 요소입니다. 여러 가지 안약을 하루에 여러 번 넣어야 하거나, 손 떨림 때문에 안약을 정확히 넣기 어렵거나, 안약 때문에 눈이 자주 충혈되는 사람이라면 레이저를 함께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안약을 꾸준히 잘 넣고 불편이 없다면 굳이 방식을 바꿀 이유가 적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처음 정한 방법이 끝까지 고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안압과 불편의 정도를 보며 중간에 방법을 바꾸거나 둘을 함께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레이저를 받는 날의 과정도 간단히 알아 두면 덜 낯섭니다. 보통 마취 안약을 넣은 뒤 특수 렌즈를 눈에 대고 레이저를 쬐며, 시술 뒤에는 잠시 안압이 오르는지 확인하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기보다 몇 주에 걸쳐 드러나므로, 시술 뒤 일정 기간이 지나 안압을 다시 재서 목표에 이르렀는지 확인합니다.

안압이 높다는데 녹내장은 아니라면 — 고안압증, 20년 추적 연구가 보여 준 것 관련 그림 3
이해를 돕기 위해 연출한 생성이미지.

백내장 수술 뒤 안압과 안약 수

나이가 들면 많은 사람이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되는데, 고안압증으로 안약을 쓰던 사람에게는 수술 뒤에도 안약을 계속 넣어야 하는지가 관심사입니다. 백내장 수술로 두꺼워진 수정체를 얇은 인공수정체로 바꾸면 눈 앞쪽의 공간이 넓어지고 방수가 빠져나가는 길에도 변화가 생겨, 안압이 낮아질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안압증 치료 연구의 안약 군 자료로 이 점을 살펴본 분석이 있습니다5.

이 2차 분석은 안약 군 가운데 백내장 수술을 받은 92명 149안과, 수술을 받지 않은 531명 1,004안을 비교했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눈은 수술 뒤 48개월까지 쓰는 안약의 종류가 평균 0.4종 적었습니다. 수술 시점을 기준으로 보면 약 23%의 눈은 안약 없이 지낼 수 있었고, 41%는 안약 부담이 줄었습니다. 이 비율은 미국 연구의 안약 군 참가자에게서 나온 것이어서, 치료 상황이 다른 사람이나 다른 나라의 환자에게 그대로 옮기기는 어렵습니다. 안압도 수술 뒤 낮아졌지만, 수술을 받지 않은 눈과의 차이는 점차 줄어 12개월 뒤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이 결과는 백내장 수술이 일부 사람에게 안약 부담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정도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안약 종류가 줄어든 평균 폭은 크지 않고, 상당수의 눈은 수술 뒤에도 안약을 계속 썼습니다. 안압이 낮아지는 효과가 시간이 지나며 줄었다는 점은 수술 직후의 안압만 보고 안약을 끊기보다 정기 검사로 안압과 시신경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분석은 무작위 비교가 아니어서, 수술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의 다른 조건 차이가 결과에 섞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안압을 낮추려고 백내장 수술을 서두를 이유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백내장 수술은 수정체가 흐려져 시력이 떨어졌을 때 시력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며, 안약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함께 따라올 수 있는 변화에 가깝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수술 뒤 안약을 언제, 누가,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지를 미리 물어 두면 좋습니다. 수술 직후에는 염증을 줄이는 안약 때문에 안압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경우도 있어, 수술한 병원과 녹내장 진료를 받는 병원이 다르다면 서로의 기록을 공유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평균 안약 수가 줄었다는 숫자도 풀어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평균은 안약을 완전히 끊은 눈, 한 가지를 줄인 눈, 그대로인 눈이 섞여서 나온 값이라, 평균 폭이 작아 보여도 실제로는 안약을 끊은 사람과 변화가 없는 사람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내 경우가 어느 쪽에 가까울지는 수술 전 안압이 얼마나 높았는지, 안약을 몇 가지 쓰고 있었는지, 수술 뒤 안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며 정하게 됩니다. 안약을 줄일 때도 한 번에 끊기보다 하나씩 줄이며 안압을 다시 재는 방식이 흔히 쓰입니다.

상담에서 물을 질문

고안압증 진단을 받았다면 먼저 진단의 근거를 묻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제 안압은 몇 번, 어떤 방법으로 쟀고, 각막 두께는 얼마인가요?”, “시신경 사진과 빛간섭 단층촬영, 시야 검사는 모두 정상인가요, 아니면 경계에 있는 항목이 있나요?” 같은 질문입니다. 안압을 한두 번만 쟀다면 다른 날, 다른 시간에 다시 재어 보는 일정이 있는지도 확인해 둘 만합니다. 검사 결과지를 받아 두면 다음 방문이나 다른 병원에서 비교할 때 쓸 수 있습니다. 설명이 빠르게 지나갔다면 결과지의 어느 숫자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는지 표시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치료 여부를 정하는 단계에서는 “제 위험도는 낮은 쪽인가요, 높은 쪽인가요?”, “지금 치료를 시작하는 것과 지켜보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를 물을 수 있습니다. 지켜보기로 했다면 다음 검사까지의 간격과, 어떤 변화가 보이면 치료를 시작하는지 기준을 묻습니다. 치료를 시작한다면 목표 안압을 어느 정도로 잡는지, 안약과 레이저 가운데 어느 쪽으로 시작할 수 있는지, 안약이라면 하루에 몇 번 넣고 어떤 불편이 생길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실제적입니다.

시력교정술을 받은 적이 있거나 받을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알립니다. “시력교정술을 받은 각막이라 안압이 낮게 재질 수 있다면 제 안압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수술 전 안압과 각막 두께 기록을 따로 보관해야 하나요?”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시력교정술을 계획 중인 고안압증 환자라면 수술이 안압 관리와 이후 검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함께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백내장 수술을 앞둔 사람은 수술 뒤 안약 조정 방법을, 가족 가운데 녹내장 환자가 있는 사람은 그 사실이 위험 판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물어볼 수 있습니다.

생활에 관한 질문도 준비해 가면 좋습니다. 안약을 빠뜨렸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러 안약을 넣을 때 간격을 얼마나 둬야 하는지, 다른 병으로 먹는 약 가운데 안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같은 질문입니다. 스테로이드 성분이 든 약은 안압을 올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먹는 약과 바르는 약, 건강보조식품까지 적은 목록을 가져가면 설명을 듣기 쉽습니다. 안약을 넣는 방법이 서툴다면 진료실에서 직접 넣는 모습을 보여 주고 고칠 점을 물어보는 것도 꾸준한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병원을 옮기거나 이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미리 생각해 두면 좋습니다. 고안압증은 오랜 기간 같은 검사를 반복해 변화를 보는 상태라, 이전 병원의 안압 기록과 시신경 사진, 시야 검사 결과가 새 병원에서 비교 기준이 됩니다. “지금까지의 검사 결과를 출력하거나 파일로 받을 수 있나요?”라고 물어 두면, 처음부터 검사를 다시 쌓지 않아도 됩니다. 검사 날짜와 안압 값, 쓰고 있는 안약을 수첩이나 휴대전화에 간단히 적어 두는 습관도 상담을 훨씬 구체적으로 만들어 줍니다.

정리와 체크리스트

다섯 연구를 한데 모으면, 고안압증은 녹내장으로 넘어갈 위험이 분명히 있지만 그 위험이 사람마다 넓게 퍼져 있는 상태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미국 연구의 장기 결과에서 녹내장 누적 발생률은 전체 45.6%였지만 시야 손상까지 간 경우는 25.2%였고1, 출발점의 위험도에 따라 장기 위험이 크게 달랐습니다. 같은 연구의 참가자들은 각막이 일반 인구보다 두꺼운 편이어서 안압 숫자를 각막 두께와 함께 읽어야 했고2, 시신경 출혈은 녹내장으로 넘어가는 위험과 관련된 신호였습니다3.

치료 방법에 관해서는, 녹내장과 고안압증 환자를 함께 연구한 영국 무작위 연구에서 레이저로 시작한 군이 여러 항목에서 안약으로 시작한 군과 견줄 만한 결과를 보였지만4, 한 연구의 결과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안약을 쓰던 고안압증 환자가 백내장 수술을 받으면 안약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안압 차이는 시간이 지나며 줄었습니다5. 이 숫자들은 모두 외국 참가자에게서 나왔으므로 내 위험을 직접 계산하는 데 쓰기보다, 검사와 상담에서 무엇을 물을지 정하는 데 쓰는 것이 알맞습니다.

아직 이 글의 자료로 답할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한국인 고안압증 환자의 장기 경과가 미국 참가자와 비슷한지, 시력교정술로 각막이 얇아진 사람의 위험을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위험이 낮은 사람이 치료 없이 지켜볼 때 검사 간격을 얼마나 두는 것이 알맞은지는 따로 확인이 필요한 질문입니다. 고안압증은 한 번의 진단으로 끝나는 상태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변화를 지켜보는 상태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됩니다. 숫자 하나에 놀라거나 안심하기보다 검사 결과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의료진과 함께 살피는 것이 고안압증을 다루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앞으로 고안압증에 관한 새 연구를 접할 때도 같은 틀로 읽으면 됩니다. 대상이 고안압증만인지 녹내장 환자와 섞였는지, 무작위 비교인지 기존 자료의 2차 분석인지, 단순 집계인지 누적 발생률인지, 녹내장 발생을 본 것인지 시야 손상을 본 것인지를 차례로 확인하면 제목의 숫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같은 연구에서 나온 여러 편의 논문은 서로 독립된 확인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 안압을 여러 번, 어떤 방법으로 쟀는지와 각막 두께를 확인했는가
  • 시신경 사진·빛간섭 단층촬영·시야 검사 결과를 받아 두었는가
  • 내 위험도가 어느 쪽인지, 근거가 된 항목이 무엇인지 들었는가
  • 치료할지 지켜볼지, 지켜본다면 다음 검사 간격과 기준을 정했는가
  • 안약과 레이저 가운데 처음 치료로 검토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는가
  • 시력교정술·백내장 수술 이력이나 계획을 알렸는가
  • 안약을 쓴다면 넣는 방법과 빠뜨렸을 때의 대처를 확인했는가
  • 시신경 출혈이 보였는지, 보였다면 다음 검사 계획을 들었는가
  • 이전 검사 기록을 받아 두고 다음 검사 날짜를 정했는가

갑자기 눈이 심하게 아프면서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가 함께 오거나, 불빛 주위로 무지개 같은 테가 보이면서 눈이 붉게 충혈되고 시야가 뿌옇게 흐려질 때는 안압이 급하게 크게 오른 상태일 수 있으므로 바로 안과나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시야의 일부가 갑자기 가려지거나 시력이 짧은 시간 안에 크게 떨어진 경우도 다음 검진 날짜를 기다리지 말고 즉시 확인이 필요합니다. 고안압증으로 지켜보는 중이라도 이런 증상은 평소의 경과와 다른 신호이므로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안압·시신경 검사를 받을 안과 검색 눈가이드는 전국 안과 검색·눈건강 정보 포털입니다. 지역과 진료 과목으로 안과를 찾고, 이 글의 질문 목록과 체크리스트를 들고 검사와 상담에 가 보시기 바랍니다.

근거 자료

  1. Kass MA, Heuer DK, Higginbotham EJ, et al. JAMA Ophthalmol 2021 — 고안압증 치료 연구 참가자의 장기 녹내장 누적 발생률과 시야 손상(미국 22개 기관, 1,636명)
  2. Brandt JD, Beiser JA, Kass MA, et al. Ophthalmology 2020;127(4S):S72-S81 — 고안압증 치료 연구 참가자의 중심 각막 두께(미국, 1,301명)
  3. Budenz DL, Huecker JB, Gedde SJ, et al. Am J Ophthalmol 2017;174:126-133 — 시신경 유두 출혈과 녹내장 발생(미국, 1,618명 3,236안)
  4. Gazzard G, Konstantakopoulou E, Garway-Heath D, et al. Ophthalmology 2023;130(2):139-151 — 녹내장·고안압증의 처음 치료로 레이저와 안약 비교, 6년 결과(영국 다기관 무작위 연구, 524명 완료)
  5. Mansberger SL, Gardiner SK, Gordon M, et al. Am J Ophthalmol 2022;236:53-62 — 고안압증 환자의 백내장 수술 뒤 안압과 안약 수(미국, 수술 92명 149안 vs 비수술 531명 1,004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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